syho0628-허상률

어느 어머니의 일기

mose 2008. 1. 31. 22:46
어느 어머니의 일기


미안하구나,아들아.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평 남겨 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같은 가난만 물려 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 비틀어진


 

젖꼭지 파고 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 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마라.


 

네 녀석 착하디 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몸 건사 잘 하거라.


살아 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다.


이것이 진짜 자식행복바라는
공통된 부모마음이 아닐까합니다.

     


 

     relaying from sso11199 : images by jc21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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