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합

♤ 비오는 날이 이렇게도 좋은 것을… ♤

mose 2008. 7. 25. 19:08

♤ 비오는 날이 이렇게도 좋은 것을… ♤

오늘처럼 비오는 날이면
엇갈린 운명 뒤에 젖어오는
짙은 보라빛깔 같은 허전함

굵은 빗줄기에
그 많던 촛불들이,
스며드는 빗물에
그 뜨겁던 촛불들이…

미국산 수입 소 먹기 싫다며
온 세상 불태웠던 애국의 촛불이 꺼졌나?
미군 운전병의 실수로 두 여학생이 목숨 잃었을 때
뜨겁게 달구었던 애도의 촛불이 식었나?

관광길 여인에게 총 뿌리 겨눈 저들을 규탄하는
애국 애도의 촛불을 정녕 밝힐 수 없는가?
독도를 자기 땅이라 주장하는 일본의 망발에
정의구현이라 외칠 사제들의 촛불을 켜지 못하나?  

뒤엉켜 나뒹구는 참담한 현실
문신처럼 새겨진 양극의 흔적위로
장대비는 힘차게 쏟아져 박힌다.

아파도 소리 내어 울 수 없는
비에 젖은 꽃잎들의 모습처럼 
나이든 사람의 설움이
눈물 같은 빗물에 은근히 적셔진
보라빛 가슴앓이 되어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본다.

인내란 말인가
절제란 말인가
양보란 말인가

지독한 열병을 앓듯
몇 날 동안 퍼붓던 폭염을 씻어내듯
아물지 않은 고통의 몸과 마음 틈새로
빗물은 독약처럼 스며든다.

그 많고 흔하던 촛불은
꺼졌나? 식었나?
애국 애족이 뭣이며
정의구현이 뭣인가?

더위에 혼미했던 정신이
차가운 빗물에 식혀져 맑아져오니
참다운 애국 애도와
정의와 진리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넘실대는 희열.
폭발하는 기쁨.

이토록
기다렸던 빗줄기가 좋기만 하니,
가까운 훗날에 
친구와 더불어 하늘나라 찬양대원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여름날 대구 땅에서
비오는 날이 이렇게도 좋은 것을…
  
-DEC150/늘 노래하는 큰 머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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