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환장로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mose 2010. 10. 4. 23:55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한 세상 살면서 자신이나 가족이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까운 친척이나 교우가 입원하여 병원으로 심방 가는 일이 점점 많아진다. 어떤 경우든지 문병 가는 발걸음은 대게 무겁기 마련이다. 특히 큰 수술을 앞두고 있을 때는 사람의 말로 위로가 쉽지 않다.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니까 기도가 더욱 간절해진다.

오늘은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를 심방했다. 올해 환갑이 되는 L 권사. 오랫동안 간이 좋지 않아 고생했는데 간이식 수술을 받게 되었다. 내일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장장 9시간이 예상되는 대수술을 앞두고 있다. 비록 얼굴이 검고 노랬지만 불안하거나 초조한 기색이 없이 예상 밖으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살든지 죽든지 하나님이 하실 일이란다.

L 권사와 손을 잡고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기도를 드리고는 바로 윗 층에 입원 중인 B 집사를 찾아갔다. L 권사에게 간을 기증하려는 30대의 젊은 여 집사다. 우리 집 큰 딸과 동갑이어서 더 마음이 아렸다. 나 같으면 간을 기증할 수 있을까, 우리 딸이 남에게 간이나 다른 장기를 기증하려면 흔쾌하게 동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솔직한 그런 용기가 없다. 그런 사랑도 영 부족하다. 그래서 당사자는 물론 간이식을 동의해 준 남편이 정말 장하다고, 고맙다고 했다. 그랬더니 B 집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을 했다.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라고 말이다.

의아스러워하는 내게 B 집사는 두 가지 소원이 있었다고 했다. 하나는 장기를 기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개 입양하는 것이었다고. 딸만 셋이 있는 집안에 귀한 아들을 공개 입양하게 해 주셔서 감사한데 이번에 간을 이식하게 해 주셨다고, 그것도 상대가 자신의 친정고모라서 더 고맙다고, 갑자기 하려고 한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소원하고 있던 일인데 주님이 그 소원을 이루어주셨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이 더 감사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 밀려왔다. 비록 환자복을 입고 있는 B 집사지만 그렇게 아름답고 귀하게 보일 수 없었다.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사람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 더 큰 복으로 갚아주시기를 기도드렸다. 큰 수술을 앞두고 있는 환자 심방하면서 놀라운 은혜와 큰 감동을 안고 돌아오는 주일 밤이다.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지만 차창으로 비치는 한강의 야경이 참 아름다웠다.(10,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