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위해 남파된 북한 특수부대원 출신인 김신조 목사는 “북한의 위협은 여전한데 남한은 이를 경계하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양주=신원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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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의 햇볕정책으로 바뀐 건 북한이 아니라 남한입니다.”
1968년 1월 21일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남파돼 청와대 습격을 감행한 31명의 북한 특수부대원 중 유일하게 생존한 김신조(66·사진) 목사. 17일은 그가 군사분계선을 넘은 지 정확히 40년이 되는 날이다.
1997년 1월부터 목사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지난 10여 년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채 목회와 강연활동에 매달려 왔다.
그런 그가 ‘가슴 속에 묻어 둔 얘기’를 털어 놨다.》
‘1·21 청와대 습격’ 40주년 맞는 北특파원 출신 김신조 목사
16일 경기 남양주시 성락삼봉교회에서 만난 그는 “목회만 하면서 조용히 지내고 싶었지만 지난 10년간 대북정책이 너무 나라를 흔들었고 1·21사태 40주년도 머지않아 목소리를 내기로 결정했다”며 “정권이 바뀐 만큼 제발 ‘잃어버린 10년’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 “북한에 대한 최소한의 경계의식마저 사라져”
그는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행한 지난 10년간의 대북정책과 정부 지도자들의 모습에 대해서는 얼굴까지 붉혀 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해교전 같은 북한의 명백한 무력행위에 제대로 항의도 못 하면서 북한에 가선 북한 지도자들과 끌어안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 나라의 대표입니까. 또 장관, 차관이란 사람들이 하나같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깍듯이 고개를 숙이는 ‘추태’는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또 “햇볕정책이 대북정책이 된 지난 10년간 북한은 적화통일 의지를 버리지 않고 꾸준히 도발하고 있지만 남한에선 정부 지도자들이 ‘김정일은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는 표현까지 쓸 만큼 북한에 대한 최소한의 경계 의식마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군,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다고 믿어왔다던 그는 “북한의 주장과 거의 일치하는 주장을 하는 정당이 생기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통령 후보까지 배출하는 상황을 보며 그런 믿음이 깨졌다”고 말했다.
“북한에선 말을 배우는 나이 때부터 여전히 주체사상을 주입받고 철저한 이념 교육을 받는다”고 지적한 그는 “한국에선 과연 자유 민주주의의 중요성, 대한민국이 중심이 된 통일과 관련해 최소한의 교육이라도 받는지 의심스럽다”고 반문했다.
○ “물자만 지원하는 방식은 바꿔야”
그는 이어 “나는 햇볕정책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현재의 방식은 ‘과녁을 완전히 잘못 겨냥한 꼴’이다”라고 덧붙였다.
40년 전 저격의 목표였던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그는 “김일성이 악착같이 죽이려고 한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고 했다.
“북한 특수부대원 시절 김일성이 자주 ‘박정희가 계속 대통령을 하면 북조선은 망한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미 김일성에게도 박정희가 이끄는 대한민국은 경제 군사 외교에서 모두 북한을 앞설 것이란 게 보였던 거죠. 대한민국이라는 기차가 달릴 수 있도록 철도를 깔아 준 대단한 선견지명을 가진 지도자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새로운 대북지원 방안과 정책도 제시했다.
“북한에 돈과 물자만 지원하는 방식은 효과가 없습니다. 지원을 조건으로 북한의 젊은 세대 중 신분 좋은 사람을 일정 기간 남한에 보내서 교육을 받게 해야 합니다.
실질적으로 자유 민주주의 사회를 경험한 북한 지도층이 늘어나야 북한 내부의 의식 개혁도 가능할 겁니다.”
<동아일보 신원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