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모래 설날이라
족보를 꺼내 본다.
조금 훗날
이 족보에는
19xx ~ 20xx까지 33대손 "청암" 할아버지 내외의 일생이 짤막한 글줄 ?줄이
기록된다.
환갑 진갑 다 지나고 수 십년 살았는데 겨우 ?줄만 남는다.
헛되고 헛된 세월이다.
심심하지 않게 저승에도 컴퓨터와 휴대폰과 음악이 있는지 알아 봐야 겠다.
★ 여보 미안하오 ★ 며느리인 내게는 핸드폰 두 대가 있다. 한 대는 내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나라에 계신 시어머님 것이다. 내가 시부모님께 핸드폰을 사드린 건 ?년 전. 두 분의 결혼기념일에 커플 핸드폰을 사드렸다. 문자기능을 알려 드리자 두 분은 며칠 동안 끙끙 대시더니 서로 문자도 나누시게 되었다. 그러던 올 3월 시어머님이 갑자기 노환으로 돌아가셔서 유품 가운데 핸드폰을 내가 보관하게 되었다. 그러고 한 달 정도 지날 무렵. 아버님이 아파트 경비일을 보시러 나간 후 '띵동'하고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어머님 것이었다. "여보, 오늘 야간조니까 저녁 어멈이랑 맛있게 드시구려. " 순간 난 너무 놀랐다. 혹시 어머니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치매증상이 오신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함이 몰려왔다. 그날 밤 또 문자가 날아왔다. "여보, 날 추운데 이불 덮고 잘 자구려. 사랑하오." 남편과 나는 그 문자를 보며 눈물을 -- 남편은 혹시 치매걱정도 되고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아버님은 그 후 "김 여사 비 오는데 우산 가지고 마중가려는데 몇 시에 갈까요? "보고 싶네"
라는 문자를 끝으로 한동안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셨다. 그 얼마 후 내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어미야, 오늘 월급날인데 필요한 거 있니? 있으면 문자 보내거라." 난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네. 아버님. 동태 2마리만 사오세요" 하고 답장을 보냈다. 그날 저녁 우리 식구는 아버님이 사오신 동태로 매운탕을 끊인 후 소주 한 잔과 함께 아버님이 하시는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아직도 네 시어미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다. 그냥 네 어머니랑 했던 대로 문자를 보낸거란다. 답장이 안 오더라. 그제야 네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 알았다. 모두들 내가 이상해진 것 같아 내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던 것도 안다. 미안하다." 그날 이후 아버님은 다시 어머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지 않으신다. 하지만 요즘은 내게 문자를 보내신다. 지금 나도 아버님께 문자를 보낸다. "아버님. 빨래하려고 하는데 아버님 속옷은 어디다 숨겨 두셨어요?"
~눈물 없는 청암 ~ -source-강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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