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합

♣ 가을은 그런 계절... ♣

mose 2008. 9. 18. 22:04
♣ 가을은 그런 계절... ♣



♣ 가을은 그런 계절... ♣




조금은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나는 한없이 엄숙해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온유하고 겸손해지려고 한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얼마 있잖아
땅에 떨어져 흩어지게 될 나뭇잎 마냥
온갖 가을풍경 곱게 담긴 캘린더에
자꾸만 눈길이 가면서
나이든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그래서
오늘하루 늦더위 속에 치른
아흔 넘은 은퇴 장로님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동해안 감포 까지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잔잔히 흐르는
귀에 익은 노래 소리에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흔한 노랫말 한 줄에도 곧잘 마음 문이 열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 있는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늦더위 속에
고된 하루를 보내고
노을 녘 사이로 어둠이 찾아올 무렵

컴퓨터 앞에서 주소록을 펼치며
친구들의 선한 눈매를,
입가에 번지는 잔잔한 미소와
그 음성들까지 기억해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한낮에는
아무리 의젓하고 건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하루가 저무는 시각이면
가랑잎 구르는 소리 마냥
차분히 자신을 돌이켜보려 마음을 여는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알아차린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내가 더 건강할 때
가진 것 더 있을 때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싶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
그 얼굴을 익혀두고 싶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이 다음 계절에
어느 곳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
"오~ 반갑구먼, 아무개 아닌가~" 하고
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시간부터 익혀두고 싶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이 가을에
나는 모든 이웃을 사랑해주고 싶다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베풀고 섬기며
아낌없이 나누어주며
그를 위해 따뜻하게 기도해주고 싶다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전도서 1:2)



초가을 저무는 시각에
아흔 넘은 장로님의 장례식(발인/안장)을 다녀와
땀에 젖은 피곤한 몸으로...
- DEC150/늘 노래하는 큰 머슴 -


♧ Roger Williams(piano)...Autumn Leav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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