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바닷가)누구를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비움의 고요를 그대와 함께 하고 있을 뿐입니다.
<찻잔속의 개화>원동 배냇골 가는 길목 성요한수도원을 찾았더랬지요.
사순의 성체조배를 하고, 구두 뒷굽에 해동의 젖은 황토를 한 짐 지고
뒤뜰을 돌아 나왔지요.
향기 머금은 매화꽃 봉오리 몇 개 손으로 꼬옥 감싸쥐고...그렇게 바람처럼 그곳을 다녀왔습니다.
한나절 동안 차 안에서 나눈 친구와의 신론 대화만으로도 흥감했는데,더 욕심을 내어
산고개 너머 삼랑진의 ‘윤사월’ 펜션을 들러 나물처럼 풋풋한 그 집 내외분께
떼를 써서 냉이국 얻어먹고...
찻잔 늘어놓고 춰 간 매화 그 속에 띄워 네 사람, 머리 조아려 찻잔의 개화를 감탄합니다.
말로도 붓으로도 끝내 그 향은 그려 낼 수 없었지만 분명 혀끝, 코끝의 감각과
그 시간의 고요함은 기억되고도 남습니다.
친구야!!언제 한번 일 덮어 두고 지리산에나 가 보자,, 섬진강을 거슬러,,,,,,,
<응시>바라보는 것들은 모두 사랑이어야 합니다.
영성체의 묵상... 이 지상에서 아담의 후예로, 요셉 가문의 후손으로,
하느님의 자녀로 산다는 것. 무엇보다 가장으로 산다는 것 그대 남자들에게...
<엄마업기 >아버지는 어머니와 싸우실 때면 그림을 한 장 그려놓고 집을 나가신다.
그러면, 그림이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달랜다. 리고 내게 준 쪽지 한 장...
전해줄 것을 전해준 아내의 행복과 그 곳으로부터 이어져 오는
사랑의 무게를 업고 바들거리는 아들의 다리를 봅니다.
깃털처럼 가벼워졌어도 어머니의 무게는 업고 버티기가 참 어렵습니다.
나도 아빠를 닮았는지 그 속 뜻을 알것 같았다.
뒷정리를 하며, 사랑의 이삭줍기를 합니다. 남은 것과 떠난 것을 나누어 담고,
간직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생각합니다.
어쩌면 80년보다 더 걸릴지도 모르지요. 어린이로 되돌아가는 데에 말입니다.
마음속에 길을 내고 원두막을 하나 지었습니다. . . . 아침에 일어나 보니
빈 원두막 옆 서성대는 하느님 있습니다. . . . 오늘 하루도
세상의 언덕과 물 잘 넘고, 잘 건너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