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표의 재미있는 4대강 이야기
[정규재 칼럼 / 한국경제]
원시 굿판 재연하는 정령주의
똥물을 생명수라 우길 것인가
고대 중국 위(魏)나라 때의 이야기 한 토막이다.
서문표라는 사람이
'업'이라는 지역의 태수로 나갔다.
황하 지류인 장수가 지나는 이 지역은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들어 농업이 피폐하고 농민들의 삶이 고단했다.
서문표가 임지에 부임해 보니
지역민들은 홍수를
예방한다는 것이 강에 산다는 귀신(河伯)에게
처녀를 산 채로 시집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자연은 신령스럽고 영험해
감히 인간이 손을 대서는 안 되기 때문에
하백에게 처녀를 바치며 신령에게 제사를
지낸다는 것이다.
풍속 교화의 책임을 지고 있는
지역 장로 3명과 늙은 무당은
농민들의 돈을 걷어 이 중
일부는 제사를 지내고
나머지는 자신들이 나누어 가졌다.
마침 처녀를 바치는 제례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서문표가 이 행사에 참석했다.
장엄한 풍악이 울리는
가운데 하백에게 시집갈 처녀를 앞세운
무당의 무리가 강변에 도착했다.
"하백에게 시집 보낼 처녀라면
당연히 미색이 빼어나야 할 것인데
내가 얼굴을 보겠다"며
서문표가 나섰다.
힐끗 처녀를 쳐다본 그는
"처녀의 미색이 중간 이하이다.
이래서야 하백의 마음을 위로할 수 없다.
내가
시집갈 처녀를 다시 선정할 테니
무당은 하백에게 가서 혼례를 며칠이나마
늦춘다고 통지하고 오너라"는
말과 함께 무당을 강물에 던져 넣었다.
무당이 물에 던져진 지
한식경을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서문표는
"무당이 늙어 발걸음이 느린 모양이니
이번에는 젊은 너희들이 직접 다녀와야겠다"며
무당을
추종하는 젊은 무당 10여명을
군사를 동원해 모두 물에 던져 넣었다.
서문표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강물 앞에 무릎을 꿇고
하백의 응답을 기다렸다.
그래도 강물에서 살아 나온 사람이 없자
이번에는 장로들에게 말했다.
"여자들이 소식이 없으니 이번에는
풍속 교화에 책임을 지고 있는 남자들이 다녀와야겠소."
그리고 장로 3인을 물 속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또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하백의 마음을 그리도 잘 안다던
사람들이 이렇게 하백과 대화가 통하지 않아서야 말이 되겠는가.
이제
누가 하백에게 다녀올 것인가"하고 무리를 돌아보았다.
아전과 지방 호족들은 머리를 땅에 짓이겨 피를
흘리며 말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터이니 저희를 용서하소서."
이렇게 하여 비로소
'업' 지방의 처녀 공양 미신이 사라졌다.
서문표는
"강물에 귀신이 살 리 없는 것이고
홍수와 가뭄은 사람이 하기에 달린 일"이라며
다음 날로
농민들을 동원해 12개 지역에서
땅을 파고 수로를 뚫기 시작했다.
비만 오면 거칠게 내달려 홍수를
일으키곤 하던 강물의 유속이 조절됐다.
황하는 올바르게 치수됐고
농민들의 삶도 비로소 개선됐다는 얘기다.
사설이 길어졌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것은
영산강이건 낙동강이건
갈수기엔 거의 똥물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흐르는 물의 절반이 생활하수여서
실상은 강물도 아닌 것을 자연대로 두어야 한다는
부두교가 횡행하는 오늘날이다.
생활 하수를 생명을 가진 물이라고 숭배하고
똥물조차 정령을 가진 존재처럼 둔갑하는 것은
정말 황당하다.
쓰레기 퇴적물을 쌓고 있는 하상을
깨끗이 정돈해 수량을 늘리고
보를 만들어 유속을 조절하자는 것이
4대강 치수사업이다.
낮에는 4대강 결사 반대를 외치는 정치인들이
밤이면 자기 지역의 4대강 예산을 더 끌어가기 위해
로비하느라 정신들이 없다.
오로지 이명박 정부가 하는 일이니
이를 침몰시키자는 위선의 목적으로
온갖 정령주의적 구호를 달아
추종자를 결집하는 것은
2000년 전 처녀 공양과 다를 바 없다.
미신과 광기로 점철됐던
광우병 굿판도 마찬가지였다.
아바타 영화에나 어울릴 법한
원시 정령주의에 고등 종교를 믿는다는 사람까지
가세하고 있는 것은 딱한 일이다 .
서문표를 다시 모셔와야 해결될 일인 것인가.
정규재/한국경제논설위원 겸 경제교육硏 소장
청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