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노을 짙은 저녁 시골 길을 걷다가
촌집 아궁이에 불길이 보여 따라 들어 갔더니
부엌 무쇠 솥 아궁이에 저녁밥을 짓는 불길이 활활 타고 있더이다.
장작이 타는 냄새가
불길에 밥물이 넘어 풍기는 구수한 옛 시골 냄새가
부엌 가득 풍기니
뭉클
어렸을 때 누릉지 얻어먹으려 부뚜막에 쭈그려 앉아
청솔 불 매운 연기에 눈물 흘리며
밥풀 때를 기다렸던 조상들이 사셨던
옛 시골 집 생각이 간절하더이다.
초가집 가득했던 조상의 사랑이..
한 마을 가득했던 허물없던 불알친구들의 정이 불현듯
불길처럼 솟아오르며 아른거려
카메라를 내어 그 냄새들을 찍었는데...
너무 어두워 부뚜막 무쇠솥은 선명하진 않지만
옛 영상들은 아궁이 불빛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니
그 옛 정들이 그리워 이글을 퍼 와서 다듬었네요.
어느 덧 내 인생 길이 이 한 해처럼 이렇게 저물어 가는 때라
지란지교의 글이 더욱 가슴에 와 닿아 이렇게 다듬었습니다.
해가 지는 날이 더할수록 더욱 그리워지는 글이네요.
이 한해 잘 보내시고 새해에도 이 지란지교의
허물없는 삶을 나누면 참 좋겠네요.
석송령이 드립니다.
어느 시골집 부엌 저녁밥을 짓는 아궁이 불 석송령 08.12.10
芝蘭之交를 꿈꾸며 柳 岸 津(서울대 교수)
저녁을 먹고나서 허물없이 찾아가
차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에나, 눈내리는 밤에
슬리퍼를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공허한 마음도,마음놓고 열어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이 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아내나 남편,
제형제나 제자매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영원히 꿈꾸도록 서로돕는
영원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라도 좋고 남성이라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좋겠다.
그는 반드시 잘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하지만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때론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 맞장을 쳐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지나 내가 평온해 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는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를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두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계속되길 바란다.
나는 여러곳을 여행하면서 끼니와 잠을 아껴
많은 것을 구경했다.
그럼에도 지금은 그 많은 구경중에
기막힌 감회로 남는 것은 없다.
만약 내가 한두곳, 한두가지만
골라서 감상했다면
두고 두고 자산이 되었으 것을---.
友情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관포지교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 않듯이
또한 끝없는 인내로 베풀기만 할 재간이 없다.
나는 도 ?으며 살기를 바라지 않고
내 친구도 성현 같아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되도록 정직하게 살고싶고
내친구도 재미난 위안을 위해서
그저 제자리서 탄로나는 약간의 거짓말을하는
재치와 위트를 가졌으면 싶을 뿐이다.
나는 때때로 맛있는 것을 내가 더 먹고싶을 테고
내가 더 잘나 보이기를 바라겠지만
금방 그 마음을 지울 줄도 알 것이다.
때로 나는 얼음 풀리는 냇물이나
갈대숲 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
더 좋와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友情을 제일로 여길 것이다.
우리는 흰눈속 참대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도 있고
아첨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고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재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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