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나의 시각은... ♥
지금 나의 시각(時刻)은
동트는 미명(微明)의 이른 아침도
뽀얀 입김 서리는 분주한 출근길도
가마득히
지난 시각이거늘,
즐거운 한낮의 점심시간도
따분하고 나른한 오후도
노을 지는 퇴근길의 북적거림도
슬며시
지난 시각이거늘,
이웃과 함께 즐기는 만찬(晩餐) 때도
여럿이 모인 대화(對話)의 자리도
웃음꽃 피는 가족(家族)들과 정겨움도
어느새
지난 시각이거늘,
봄여름 가을을 훌쩍 지나
차가운 겨울밤을 맞은 듯
하루를 보내고 조용한 잠자리에서
지난 시각들을
돌이켜 본다.
남을 해(害)하거나 상(傷)하게 짓밟으면서
나의 유익(有益)만
구(求)하지 않았는지,
이웃을 위한 사랑 나눔이나 배려(配慮)보단
나의 욕심(慾心)만
취(取)하지 않았는지,
맡겨진 의무(義務)와 책임(責任)을 다하기 보단
나의 권리(權利)만
주장(主張)하지는 않았는지,
빛과 소금의 사명(使命)을 외면(外面)하고
베드로처럼 주님을
부인(否認)하지는 않았는지,
회한(悔恨)의 눈물이 흘러도 좋다.
참회(懺悔)의 울음이 터져도 좋다.
회개(悔改)의 가슴을 맘껏 쳐도 좋다.
용서(容恕)의 기쁨에 밤을 새도 좋다.
지금 나의 시각은
어느새 저물어져만 가버려
앙칼지게 때 쓰며 후벼 파는
싸늘한 겨울 칼바람에
온 땅이 꽁꽁 얼어붙는
마지막
동토(凍土)의 계절을 맞았는데...
긴긴 밤
깊이 잠들기 전
갈급(渴急)한 심령(心靈)으로
내 맘에 강물 흐르듯
뜨거운 눈물로 베개를 적시는,
나만의
고귀(高貴)하고
따뜻한
시각(時刻)을 맞고 싶다.
앞으로 19일 후에 닥칠
이 나라 운명(運命)을 결정지을 그 날,
그 날을 심히 걱정하며
2007년이 저무는
12월 초하룻날 싸늘한 새벽녘에
하늘에서
조용히 눈이라도 내렸으면 하는 맘으로...
♥ 늘 노래하는 큰 머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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