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떠나기 전에 순천을 다녀와서... ♧
이 가을이 떠나기 전에
갈대숲 무성한 남녘땅 순천을 다녀왔습죠.
지휘자 정희치 장로랑 둘이서
긴 가을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낙엽 흩어지는 먼 길 따라 달려간 곳은
순천장로성가단 창단10주년기념
제4회 정기연주회가 열린
순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이었고...
보름 전에 광양을 다녀온 가을길이어도
가득했던 나무들과 모든 잎사귀들이
다 떨어뜨리어 매우 수척해 보였습니다.
떠남의 계절인 이 가을
비록 낡은 차를 운전하며 가을 길을 달리면서
마치 황혼이 짙게 물든 삶의 시간 같은
두 사람의 똑같은 처지를 일기장처럼 읽어가며
떠나가려는 가을 속으로 빠져 들어가듯
내비게이션의 고운 속삭임 따라
순천을 하룻길로 다녀왔습죠.
대극장을 가득 메운 청중사이에 앉아
7시 30분에 시작된 연주회 1부 첫 무대가
바로 대구에서 늘 즐겨 부르던 레퍼토리였기에
마치
대구의 어느 연주 홀에 앉아있는 듯
금세 기름지게 흐르는 남성 하모니에 젖었습니다.
‘예수 다만 예수’ ‘주님 명령 따라서’
‘우리는 멋쟁이’ ‘모퉁이 머릿돌’
그리고
대구에서 내려간 정희치 장로가 직접 지휘한
‘찬양하는 순례자’가 바로 그것이었고...
2부 메인 레퍼토리 브룩크너의 ‘테 데움’이
전남CBS합창단과 전남금관앙상블의 협연으로
대극장을 우렁차게 울렸는데
초청된 독창자의 열창만큼 순천장로님들의 노래도
오랜 날 동안 잘 다듬어진 연주여서
힘든 곡이었지만 연주효과를 높게 보여주었습니다.
단장 한길헌 장로님과 임원을 비롯한
단원들의 열정어린 노고가 집약된 결실의 연주였고
이토록
알찬 연주를 이루기까지 전심전력 투신한
지휘자 이종일 장로님의 숨겨진 땀의 흔적이
연주곡 한곡 한곡마다 완벽하게 스며져있었기에
마치 잘 익은 과실향기처럼 짙게 다가왔음에...
남녘바닷가 갈대들도
짙은 가을빛에 물든 즈음에
찬양을 통해 깊게 이어진 뜨거운 우정을 나누고
손 흔들며 배웅하는 순천동지들을 뒤로한 채
깊어진 가을밤길 따라 대구로 돌아오면서
하늘 우러러 노래한 그들과 축복인사를 나눴습죠.
이 가을이 떠나기 전에
갈대숲 무성한 남녘땅 순천을 다녀온
엄청 피곤한 몸이어도
이토록 마음만은 즐겁고 행복한 것은
찬양을 기뻐 받으시는 하나님이 계시기에,
그리고
늘 형제처럼 반기는 노래친구인
찬양의 동지들이 가까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참,
오늘 뜻깊은 연주회날에
급히 서울삼성병원에서 수술하시고 입원 중인
단장 한길헌 동지의 쾌유 기원과 함께
이 가을이 떠나기 전에
겨울의 새날이 밝아오기 전에
새벽 2시가 가까운 깊은 시각에
하늘 우러러 노래하는 그들을 축복하며,
-DEC150/늘 노래하는 큰 머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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